AI 기반 주식 거래 시스템이 윤리적 판단을 배제하는 위험성

AI 기반 주식 거래 시스템이 윤리적 판단을 배제하는 위험성

 

오늘 날의 주식시장은 AI 기술로 인한 새로운 거래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금융시장에 깊숙이 들어 오면서 주식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알고리즘과 머신러닝 모델이 주가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몇 초의 지연도 허용하지 않는 초단타 거래(High Frequency Trading)를 실행하며, 인간의 감정과 판단을 대신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투자자들은 이제 인간 브로커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AI 시스템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투자 포인트를 찾아내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시장의 흐름을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효율성과 정확성 뒤에는 인간적 윤리가 배제될 가능성이 숨어 있다. 기술은 중립적일 수 있지만, 그것을 설계하고 사용하는 인간의 의도와 알고리즘의 구조는 중립적이지 않다.
AI 기반 주식거래 시스템이 인간의 윤리적 판단을 배제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단순히 투자 손실이나 금융사고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시장 전체의 신뢰를 흔들고, 궁극적으로는 금융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AI의 자동화된 결정 과정이 윤리적 기준 없이 작동할 때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를 깊이 있게 탐구할 필요가 있다.

 

AI 시스템은 철저히 데이터와 확률에 기반한다. 이렇게 인간의 윤리적 판단이 사라진 시장의 불균형은 여러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주식시장에는 숫자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인간의 감정, 사회적 영향, 그리고 도덕적 판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그 배경에 불법적인 내부 거래나 노동 착취, 환경 파괴가 개입되어 있다면 인간 투자자는 이를 도덕적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AI는 이런 비재무적 요인을 감지하지 못하거나, 설령 데이터를 통해 인식하더라도 그것을 윤리적 문제로 해석하지 않는다. AI는 단순히 수익을 극대화하는 패턴으로만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자동화된 판단이 누적되면, 시장은 점차 도덕적 통제력을 잃게 된다. 기업들은 AI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지표만을 맞추기 위해 단기적인 수익에 집중하게 되고, 사회적 책임은 뒷전으로 밀어낼 것이다. 결과적으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가치가 약화되고, 인간 중심의 시장 질서가 무너진다. 실제로 일부 금융 기관에서는 AI의 매매 알고리즘이 특정 국가의 사회적 혼란이나 재난 상황을 단기적 수익 기회로 포착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는 기술이 인간의 윤리적 통제를 벗어날 때 얼마나 위험한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AI 기반 거래 시스템의 또 다른 위험성은 책임의 불명확성이다. AI가 내린 결정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이나 불법 거래의 결과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개발자는 모델이 그렇게 판단했다고 말하고, 투자자는 시스템의 오류일 뿐이라 주장할 수 있다. 이처럼 책임이 분산되면, 실제 피해를 입은 개인이나 사회는 보상받기 어려워진다.
또한 AI는 훈련 데이터의 편향을 그대로 학습한다. 특정 시장의 패턴이나 과거의 성공 사례만을 중심으로 학습된 모델은 새로운 상황에서 비윤리적 판단을 내릴 위험이 높다. 예를 들어, 특정 산업군이 과거에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는 이유로 환경 파괴를 유발하는 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알고리즘의 결과일 수 있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윤리적 퇴보를 초래한다.
더 큰 문제는, AI의 의사결정 과정이 블랙박스 형태로 작동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감시하거나 규제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AI는 스스로의 판단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인간은 그 결과를 신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이 구조는 금융 시장의 투명성을 약화시키고, 불공정한 정보 접근을 가진 세력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AI가 윤리적 판단 없이 매매를 반복할 경우, 시장은 점점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 AI는 인간과 달리 공포나 자제라는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동일한 패턴을 다수의 AI가 동시에 인식하면, 특정 주식이나 섹터에 대한 매도 또는 매수 행위가 한꺼번에 이루어져 시장 붕괴나 거품 형성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몇 차례의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사건은 AI 기반 알고리즘 거래가 과도하게 작동하면서 발생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일반 투자자들은 시장이 더 이상 인간의 판단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가 무너지면, 장기적으로는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경제 전체의 건전성이 위협받는다. 금융은 본질적으로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이다. 윤리적 판단이 배제된 기술 중심의 시장은 그 신뢰를 지탱할 수 없다.

 

그렇다면 윤리적 AI 거래를 위한 방향성과 사회적 대응은 어떠해야 할까? AI 기반 거래 시스템이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금융의 디지털 전환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며, 인공지능은 투자 효율성과 시장 분석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왔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AI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 판단 기준을 시스템에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금융 기관은 AI의 의사결정 과정과 데이터 출처를 공개하고, 공정성 검증을 위한 외부 감사를 의무화해야 한다. 둘째, 윤리적 데이터셋의 구축이 필요하다. 단순히 수익률 중심이 아닌 사회적 가치, 환경적 지속가능성, 기업의 책임 활동 등을 반영한 데이터를 학습에 포함시켜야 한다. 셋째, 법적,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 AI가 잘못된 거래를 유발했을 때, 그 결과에 대한 명확한 책임 주체를 규정하고 피해 복구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감시와 판단이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AI는 도구일 뿐이며, 최종적인 윤리적 결정권은 인간이 가져야 한다. 인간이 윤리를 포기한 기술은 결국 인간 자신을 위협하게 된다. 금융 시장의 진정한 발전은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그 기술이 인간의 가치를 얼마나 존중하느냐에 달려 있다.

 

AI 기반 주식거래 시스템은 분명 혁신적인 기술 진보의 산물이다. 그러나 윤리적 판단이 결여된 자동화된 의사결정은 시장의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하고, 장기적으로는 사회 전체의 불안을 증폭시킨다. 인간의 윤리적 기준이 기술의 발전 속도에 뒤처질 때, 그 결과는 단순한 금융 문제를 넘어선 문명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AI 거래 시스템의 미래는 속도가 아니라 가치를 중심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윤리와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만이, 인공지능은 인간의 파트너로서 진정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